2026년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해가 바뀌기 전에 자연스럽게 내년의 계획을 떠올리게 되는데, 요즘은 그 질문 앞에서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내가 해온 일을 돌아보면 마케팅이라는 이름 아래 정말 많은 일을 해왔다. 타깃을 정하고, 광고를 운영하고, 소재를 만들고, 숫자를 살피고, 다음 액션을 정리했다. 여러 역할을 오가며 일하는 게 익숙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쌓아온 일이 앞으로도 계속 필요한 일일지 고민하게 된다.
AI가 빠르게 바꾸고 있는 건 단순 반복 업무만이 아니다. 타깃팅과 입찰, 소재 제작과 리포트처럼 마케팅 실무의 여러 과정이 이미 자동화되고 있고, 팀의 크기와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내가 해온 일의 상당 부분을 AI가 더 빠르게 해내기 시작한다면, 앞으로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처음에는 이 변화가 막연히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고민을 이어가다 보니,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나는 AI를 그저 소개하거나 신기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일이 너무 많아 하루가 늘 빠듯한 1인 사업가와 실무자에게, 당장 자기 일에 쓸 수 있는 AI를 알려주고 직접 셋업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AI 도구를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건 실제 업무가 어디에서 막히는지 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반복되는 리포트 정리, 경쟁사 조사, 캠페인 준비, 광고 소재 여러 버전 만들기처럼 매일 시간을 잡아먹는 일을 살펴보고, 그중 어떤 부분을 AI와 워크플로우로 덜어낼 수 있을지 함께 찾는 것. 그리고 설명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돌아가도록 업무 흐름에 맞춰 연결하고 사용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것.
AI를 써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막상 내 업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도 여전히 많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그 간격을 좁히는 쪽에 가깝다. 기술을 실무자의 언어로 바꾸고, 각자의 일에 맞는 흐름으로 만들어주는 사람.
2027년에는 누구나 엑셀을 쓰듯 자기 일에 필요한 AI 워크플로우를 직접 돌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거창한 AI가 아니라, 오늘 해야 할 일을 조금 덜어주고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하게 해주는 AI. 그런 도구를 알려주고, 함께 셋업하고, 실제로 자리 잡도록 돕는 일을 해보고 싶다.
이 생각이 지금의 커리어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답은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적어도 내가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지는 전보다 분명해졌다. 2027년은 그 방향을 작게라도 실제 일로 만들어보는 해로 삼고 싶다.
